조향공부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지극히 개인적임.
향기에서 나를 찾다: 나만의 향수 브랜드를 향한 첫 걸음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어려운 편이다. 충분히 생각해야만 입을 여는 나의 스타일은 종종 우유부단하다는 오해를 낳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상대의 의견에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향수 앞에서는 나의 의견이 확실하다. 내 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향기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교실에서 나는 비누 향, 그리고 향기의 기억
어린 시절, 교실 안에서 퍼지던 달달한 핸드크림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디에도 없는 복숭아처럼 달콤하면서 아기 살냄새가 생각나는 비누향 같은 은은함은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가끔 그 향이 그리워 예전 제품을 찾아 직접 시향하러 가기도 한다.
나는 과거를 되짚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성찰하고 반성하며 성장의 발판을 찾는다. 향수는 그런 나의 내면 여행을 돕는 매개체였다.
🧠 향기와 뇌, 기억의 연결고리
향기를 맡으면 향분자는 후각망울을 통해 해마와 연결된다.후각망울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과거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
이 내용은 고등학생 시절 생물 시간에 배웠고, 향수를 접하면서 뇌과학이라는 분야에 더 깊이 파고들게 되었다.
지금은 향을 공부하며 olfaction(후각 표현)을 훈련하고 있다. 향이 어떻게 감정을 이끌고, 기억을 자극하며,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지 공부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화학을 좋아했던 학생, 조향으로 돌아오다
고등학생 때 이과를 택했고, 화학과 물리를 좋아했다. 분자의 결합 구조를 보며 화학이 예술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수능 성적에 따라 화학공학과와 관련 있는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은 '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일부이자 나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각본 속 삶을 벗어나 나를 찾기까지
10대에는 무척이나 소극적이었고, 20대에는 도전했지만 결국 현실에 순응했다. 30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정해진 각본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이번 도전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한 용기였다.
그 첫걸음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향수 브랜드 런칭. 조향을 배우고, 향기와 철학을 담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 조향 공부와 브랜드 철학
지금은 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며 olfaction 연습과 조향 이론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조향은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깊은 역사를 가진 분야다. 조향사 관련 서적을 읽을수록 브랜드 철학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선택은 진심에서 비롯된 결정이기에 꾸준히 공부하고, 나만의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큰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
불안하지만 설레는 미래
불안도 크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도 함께한다. 일이 힘들고 지칠 때, 내가 사랑하는 향기를 통해 다시 중심을 잡는 법도 배우고 있다.
나중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이 글을 다시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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