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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라보 상탈33|조향 입문자가 재해석한 중성적 섹시함의 향기

향덕후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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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향수는 바로 Le Labo Santal 33 (르라보 상탈 33)이다.
단순히 ‘좋다, 멋있다’는 감상이 아닌, 조향을 공부하며 하나하나 향료를 시향하고 기록한 시선에서 이 향을 바라보고자 한다 ^_^

르라보 상탈33 향수가 패키지박스에 담긴 이미지

우디 계열 향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상탈은 우디 아로마틱 향수 유형의 대표작이다.
상탈33은 확실히 호불호가 나뉠 향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래더리한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한테는 축축한 풀내음도 느껴졌는데, 샌달우드와 크리미함 위에 시더와 가죽이 도시적이면서도 드라이한 잔향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잔향이 참 매력적인 향수라고 생각한다.

특정 향이 크게 튀지 않는 밸런스도 있는 것이 향의 변주가 크지 않음에도,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질감, 참 클래식하면서도 섹시하다. 그렇기에 데일리한 향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르라보의 철학, 상탈33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 내가 olfaction한 느낌에 대한 순서로 작성해보겠다!

르라보의 브랜드 철학, 왜 특별할까?

르라보는 2006년 뉴욕에서 탄생한 니치 향수 브랜드로, 슬로우 퍼퓨머리를 지향한다. 향수는 매장에서 주문 후 병입되는 시스템으로 고객 경험을 하나의 의식처럼 여긴다. 감성 마케팅보다는 향수 그 자체의 감각과 본질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다. Santal 33 역시 르라보의 철학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향 자체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품이다.

Santal 33, 어떤 향인가?

조향사 Frank Voelkl이 조향한 상탈 33은 샌달우드를 메인으로 한 우디 아로마틱 계열의 향수다. 하지만 그저 따뜻하거나 포근한 샌달우드만 있는 건 아니다. 이 향수는 샌달우드를 도시적으로 재해석해 중성적인 매력과 섹시함을 부여한다.

르라보 상탈33의 메인 어코드에 대한 리스트: 우디, 파우더리, 래더, 스파이시, 바이올렛 향이 어코드를 이룬다.

Note 내가 느낀 향의 해석 향료
Top 스파이시한 첫 인상, 미묘한 따뜻함이 깊이감 있는 시작을 연출  Cardamom
Middle 파우더리하고 부드러운 느낌, 우디한 중심을 감싸는 안개 같은 느낌  Iris, Violet
Base 샌달우드의 크리미함, 시더와 가죽이 도시적이고 드라이한 잔향 완성  Sandalwood, Cedarwood,
Leather, Papyrus, Ambrox

조향 공부자 입장에서 본 olfaction 포인트

단일 향료 시향을 통해 Santal 33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맡아봤을 때, 특히 샌달우드카다멈의 조화는 매우 탁월하다. 카다멈은 향신료의 일종으로 스파이시한 향을 주는데, 아마 카다멈이 "변조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변조자(modifier)라 함은 기존 향료에 미묘한 변화를 줘서 특별한 개성을 부여하고 향의 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드럽고 묵직한 샌달우드를 중심으로 가죽과 앰브록스가 입체적 볼륨을 만들어준다.

향의 변주가 크지 않음에도,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질감은 조향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인상 깊었다. 베이스 노트가 일찍부터 드러나며, 탑과 미들 노트를 부드럽게 묶어내는 구조는 한 편의 잘 짜인 서사와도 같았다. 단연 재능있는 예술가(조향사)가 디자인한 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향수가 주는 이미지

중성적이면서도 섹시하고, 따뜻하지만 차가운 도시의 감성. 상탈 33은 단순히 성별을 구분짓지 않는 향수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향으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향이다.
클래식하면서도 잘 짜인 구조 덕분에, 사계절 내내 잘 어울리며 특히 저녁의 카페나 바, 예술적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에서 더욱 빛이 난다.

 

데일리 향수로는 살짝 무겁지만, 향수도 결국 나를 표현하는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옷으로 스타일을 완성하듯, 향도 나의 ‘마지막 터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낌없이 뿌리고 다니지만, 상탈 33의 크리미하고 묵직한 느낌은 한여름에는 살짝 피하려고 한다~

“향을 입는다는 건 단지 향기를 두르는 게 아니라, 내 세계관을 표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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